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1 원하는 가격에 즉시 거래할 수 있고, 펀드처럼 환매를 기다릴 필요도 없죠.8 이런 편리함 때문에 ETF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ETF도 주식처럼 자주 거래하는 것이 좋을까?” 특히 개별 주식 거래 경험이 있는 투자자나 시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초보 투자자들은 ETF를 적극적으로 매매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ETF를 자주 사고파는 행위는 대부분의 경우, 특히 초보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11
이 글에서는 왜 ETF를 자주 매매하는 것이 불리한지, 그리고 초보 투자자에게 더 적합한 투자 전략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왜 잦은 매매를 피해야 할까?
ETF를 자주 사고파는 것이 왜 투자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 비용 증가: 모든 거래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릅니다.
- 증권사 수수료: ETF를 매매할 때마다 증권사에 거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13 요즘은 무료 수수료 이벤트도 많지만, 모든 ETF나 모든 증권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잦은 매매는 이 수수료 부담을 누적시킵니다.14
-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 ETF를 살 때의 가격(매도호가)과 팔 때의 가격(매수호가)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스프레드)가 존재합니다.16 스프레드가 넓을수록 거래할 때마다 실질적인 비용이 발생하며, 유동성이 낮은 ETF일수록 이 스프레드는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23 잦은 거래는 이 스프레드 비용을 계속 지불하게 만듭니다.15
- 세금 문제: 국내 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8, 해외 주식형, 채권형, 원자재형 등 다른 유형의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됩니다.26 자주 매매하여 이익을 실현할수록 세금 납부 시점도 빨라지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26
- 감정적 결정: 시장의 단기적인 등락을 예측하여 매매 타이밍을 잡으려는 시도는 종종 감정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더 오를 것 같은데’ 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휩싸여 고점에서 매수하거나, 시장이 조금만 하락해도 공포감에 휩싸여 저점에서 매도(패닉 셀링)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30 이는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라기보다는 심리적 편향에 따른 비합리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복리 효과 저해: 투자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복리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이 다시 수익을 낳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시장에 꾸준히 머무르지 않고 자주 사고팔면, 장기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복리 효과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이 됩니다.13
- 추적오차/괴리율 위험: ETF의 시장 가격은 실시간 수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ETF의 실제 가치(순자산가치, NAV)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괴리율).23 특히 시장 변동성이 크거나 유동성이 낮은 ETF를 자주 거래할 경우, NAV보다 불리한 가격에 사거나 팔게 될 위험이 커집니다.
2. 연구 결과는 무엇을 말하나?
개인 투자자의 잦은 매매가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잦은 매매가 오히려 투자 성과를 저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11
- ETF 투자 성과 분석: 한 연구에서는 ETF를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성과가 ETF를 거래하지 않는 투자자들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특히 젊은 투자자, 신규 투자자, 소액 투자자 및 인버스 ETF 거래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12 이는 ETF라는 상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이 ETF를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잦은 매매나 잘못된 타이밍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44
- 행동 재무학적 요인: 왜 개인 투자자들은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잦은 매매를 하는 걸까요? 행동 재무학에서는 ‘과잉 확신(Overconfidence)’과 같은 심리적 편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58 자신의 투자 능력이나 시장 예측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불필요하게 자주 거래하고, 이는 결국 거래 비용 증가와 타이밍 실수로 이어져 수익률을 갉아먹는다는 것입니다.11
3. ETF,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다면 ETF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특히 초보 투자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장기 투자 (Buy-and-Hold): 특히 KOSPI 200이나 S&P 500과 같은 광범위한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핵심 포트폴리오로 삼는다면, 단기적인 시장 등락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보유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4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고 투자하며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입니다.
- 적립식 투자 (Dollar-Cost Averaging): 매달 월급날 등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금액만큼 꾸준히 ETF를 매수하는 방식입니다.4 시장이 오를 때는 적게, 내릴 때는 많이 사게 되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언제 사야 할까’하는 매수 타이밍 고민을 덜어줍니다.
- 자산배분 및 리밸런싱: 투자 목표와 위험 감수 수준에 맞춰 주식형 ETF, 채권형 ETF 등 다양한 종류의 ETF에 자산을 배분하고, 잦은 매매 대신 주기적으로(예: 1년에 한 번) 포트폴리오 비중을 원래 목표대로 재조정(리밸런싱)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입니다.5 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잦은 매매가 필요한 경우는 없을까? (주의!)
물론 잦은 매매가 절대적으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이며,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숙련된 투자자에게 해당될 수 있습니다.
- 단기 전술적 자산 배분: 단기적인 시장 전망에 따라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는 전술적 목적으로 ETF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72
- 레버리지/인버스 ETF 활용: 매우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위험을 헤지(회피)하거나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기 위해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ETF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84 하지만 이 상품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위험성이 높아(특히 장기 보유 시 ‘음의 복리 효과’로 가치가 녹아내릴 수 있음 86) 초보 투자자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결론: 인내심을 갖고 길게 보자
ETF는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자칫 잦은 매매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보 투자자에게 잦은 ETF 매매는 늘어나는 비용과 세금 부담, 감정적인 판단 실수, 복리 효과 저해 등의 이유로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11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단기적인 파도를 능숙하게 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항해하는 데 있습니다. ETF 투자를 시작하셨다면, 잦은 ‘샀다 팔았다’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리밸런싱하는 현명한 투자 습관을 들이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